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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정의의 승리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by 작은도시락통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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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라는 런닝타임에 놀란 데다가 이미 한 번 봤던 것이라 뒤로 미루다 마침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게 되니까 세 시간을 비워놓고 마음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합니다.

 

 

스토리는 그렇게 새롭지는 않습니다.

2015년에 비해 지금은 더욱더 새로운 것은 없다고 봐야죠.

정치 깡패가 정치인의 뒤를 청소해 주다가, 정치인의 비리가 담긴 파일 하나를 복사합니다. 깡패는 이걸 믿는 형님, 언론인에게 내주는데 (보험으로 챙기고 있으라는 의미로) 언론인은 이 깡패가 한 짓을 주인에게 일러바칩니다. 주인인 정치인은 깡패를 데려다가 손목 하나를 뎅겅 잘라버리고요. 깡패는 절치부심 복수할 날만을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출세하고 싶은 족보 없는 검사를 만나고, 이 검사와 함께 복수를 성공시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이 스토리는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느낌이었을까요?

아무튼 2023년인 지금 이 스토리는 진부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가 아닐 겁니다.

현실 세계에서 온갖 정치인과 언론인과 재계 인사들이 벌여놓은 일들이 하도 화려하고 하도 자주 나와서

날마다 보아오던 스토리처럼 익숙해져 버린 것이겠죠.

 

원작 윤태호 작가

[내부자들]이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습니다. 미생과 이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작품인데 완결을 내지 못했습니다. 2012한겨레 오피니언 매거진 훅에서 [내부자들] 연재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연재를 중단하고 말았는데요. 나중에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내 안에서도 균열이 찾아왔고, 이 거대한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제작을 중단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우민호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읽고는 만족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우민호

파괴된 사나이, 간첩,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 여섯 편의 작품을 연출했는데 아직 하얼빈은 개봉 전이니까 다섯 편 중에서 내부자들이 가장 성공했다고 합니다. 거의 천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 모았는데 안타깝게도 915만 명이더군요. 세상은 1등만 기억하고, 천만 명만 기억하니까 안타깝다고 했는데, 사실 915만이라도 대단한 것 아닌가요? 올해 말 하얼빈을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보러 가야 하겠습니다.

 

 

등장인물

 

깡패 안상구 (이병헌)

 

이병헌이 나오는 영화는 긴장이 됩니다.

이병헌은 자기 연기에 전부를 걸고, 보는 사람도 뭔가를 걸고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이병헌의 연기를 볼 때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무서운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설픈 헐리웃 영화에 출연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하고 싶은 유일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도 이병헌의 연기는 진심입니다.

깡패 안상구 그 자체였습니다.

 

 

정치깡패 출신으로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위원의 지시로 미래 자동차 오 회장의 비자금 문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복사본을 빼돌려 버립니다. 그걸 이강희에게 내미는데, 이강희는 이랬다는 것을 국회의원 장필우에게 바로 일러바칩니다. 장필우는 자신을 배신한 이병헌을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그때 이병헌, 안상구는 손목이 잘려 나갑니다. 정신병원에 2년 감금된 상태로 있고, 풀려나서는 술집 웨이터로 조용히 지내는 척하지만, 절치부심 복수만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검사 우장훈 (조승우)

 

입만 열면 족보 없는 검사라고 스스로 떠들어 대는 것이 자격지심이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이었지만 경찰대 출신들에게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 공부해서 검사가 된 인물입니다. 어떻게 서울지검까지 올라는 오지만 지방대 출신인 데다 빽도 없고 족보도 없어서 대검찰청에 올라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빽도 없고 족보도 없다는 말은 우장훈의 입버릇입니다)

 

장필우와 이강희 미래 자동차의 커넥션을 쉽게 본 듯합니다.

혼자 잘난 척은 다 하는데 순진했던 거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내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안상구의 말에 동조합니다.

그래서 내부자가 되어 버리죠.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 (백윤식)

 

 

젊은 시절 운동권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운동권이었던 사람의 변절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니 충격받을 일은 없습니다. 여기에서 논설주간으로 나오는 것은 약간은 미스입니다. 신문사에서 논설주간은 신문사의 논조에 따라 일주일에 두어 번 논설을 쓰는 자리니까요. 편집장의 말에 토를 달고 편집 방향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논설주간이 있다면, 그 신문사는 문제가 아주 많다고 봐야죠. 나중에 어떤 인터뷰에선가 우민호 감독이 신문사의 논설실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 것으로 보아서는 취재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백윤식의 연기는 끔찍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기득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런 사람이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더 소름이 끼칩니다.

 

 

국회의원 장필우 (이경영)

 

 

검사 출신으로 한때는 정의로운 검사였던 모양입니다.

깡패들을 쓸어버리고 부정한 자를 잡아넣는 검사였던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뒤로는 대권을 잡기 위한 거침없는 행보를 보입니다. 돈을 대주는 미래 자동차가 있고, 언론을 쥐락펴락하는 이강희 같은 언론인이 있고, 안상구 같은 깡패를 부리고 있으니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괴물로 나옵니다.

 

안상구 같은 깡패나 우장훈 같은 피라미 검사가 들러붙어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영화에서는 아주 쉽게 허물어져 버립니다.

 

방송이든 영화든 채널을 틀면 나오는 이경영은 연기 하나야 두말할 필요가 없죠.

 

 

스토리

 

족보도 없던 검사 우장훈이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 오명환(김병옥) 때문입니다. 그는 장필우가 대권을 잡을 것이 두려워 우장훈의 상사인 최충식 (정만식)에게 장필우를 조사해 달라고 하고, 최충식은 빽 없고 족보 없는 우장훈에게 장필우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합니다.

 

우장훈은 이 사건이야말로 자신이 출세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장필우와 미래 자동차의 검은 거래를 파헤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 깡패인 안상구가 장필우 쪽 사람들에 의해 제거되었음을 알게 되고, 안상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이강희의 배신으로 손목을 잃은 안상구는 우장훈을 돕기로 하지만, 국회의원 장필우의 막강한 힘을 얕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안상구는 감옥행, 우장훈은 좌천당합니다.

 

안상구는 자기 사람들이 살해당했음을 알고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로 하고,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우장훈에게 자신을 도우라고 지시합니다. 우장훈은 안상구의 지시대로 장필구와 이강희 옆에 딱 붙어 그들 사람이 됩니다. 소위 내부자가 되는 것이죠.

 

장필우는 대선 후보가 되고, 가장 유력한 차기 당선자로 꼽히게 됩니다.

내부자가 된 우장훈은 장필구와 이강희, 미래 자동차 회장이 모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녹취하고, 안상구는 이 녹취록을 전국에 깔아버립니다.(엄청나게 막강한 힘이죠. 건물마다 붙어 있는 스크린 광고판을 점령하고, 스마트폰 가진 자에게 파일을 쏘는 것은 영화에서 보면 무척이나 쉬운 일처럼 보이더군요.)

 

이렇게 장필우는 정치판에서 단박에 끌려내려오고, 이강희는 안상구에 의해 손목을 잃고 감옥에 갇힙니다. 감옥에 있어도 태연한, 대중은 새로운 걸 던져주면 금세 잊는다고 말하는 것, 그 목소리의 톤, 가느다란 눈빛은 섬뜩하더군요.

 

이병헌과 조승우 백윤식의 연기는 불꽃이 튑니다.

이 영화를 두 번 봐야 할 이유는 디렉터스 컷으로 50분이나 더 추가되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연기를 한 번 더 보는 것만으로도 두 번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판에서 추가된 부분 (반은 제 기억에 의지하고, 절반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1. 연기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속사 배우의 상대역을 이병헌이 대역으로 연습을 받아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좀 더 길어진 느낌. 

 

2. 안상구가 정신병원에 감금당하는데 1년 반 만에 풀려난 이유가 정신병원이 망해서라고 나오는 것 같더군요.

 

3. 이강희와 이병헌의 사우나실 장면이 추가 되었고. 이강희에게 미래자동차 비자금 서류를 전달하는 것과 이강희가 이병헌의 대화를 녹취해 장필구와 미래 자동차 대표에게 전달하는 장면들이 길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4. 장필우의 하수인 조상무가 자기 차 트렁크에 묶여 불붙어 살해당하는 장면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5. 조국일보 월간 잡지로 좌천된 고 기자가 우장훈에게 왜 접근했는지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이강희가 고 기자를 불러 우장훈에게 접근해 회유하든지 한방에 보낼 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합니다. 조국일보로 환원시켜주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요.

 

6. 이강희의 장면이 가장 많이 추가된 느낌이었습니다.

정의의 승리는 순간에 지나지 않고, 또 다른 부패의 고리는 어디에서든 시작될 것이며,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냥 버티면 된다고 말하는 이강희의 낮은 목소리는 섬뜩하게 들립니다. 사실이니까요.

 

이 외에도 소소하게 길어졌지만 50분이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특별한 장면이 더 들어간 것은 없으니 50분이 길다면 그냥 내부자들을 보아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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