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일본 드라마 콰르텟 : 가장 슬픈 것은 덧없는 기쁨이다.

by 작은도시락통 2023. 7. 20.
728x90
반응형

 

 

노래방 복도에서 네 명의 남녀가 우연한 시간에 마주칩니다.

거기에다 네 명이 다 어깨에 악기를 메고 있습니다.

첼로와 바이올린과 비올라까지.

콰르텟을 구성할 수 있는 완벽한 네 명의 연주자가 우연히, 그것도 노래방 복도에서 마주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긴 할까요?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이 아니라면 이런 시놉시스를 보고 드라마를 열어 볼 생각은 안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카모토 유지라면, 일본 드라마를 잘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도쿄 러브스토리를 쓴 그 작가이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썼고, 한때는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계에서는 가장 유명한 각본가입니다. 사카모토 유지가 쓴 대사는 때로는 시이기도 하고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카모토 유지가 썼다는 데 안 볼 이유는 없죠.

 

이 포스팅을 하려고 자료를 찾다보니까 [콰르텟]이 사카모토 유지의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

 

마키 마키 (배우: 마츠 다카코)

 

 

1 바이올리니스트.

네 명 중에 유일하게 결혼한 인물로 성이 마키인 남자와 결혼해서 마키 마키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결혼하면 여자는 남자 성을 따르니까요).

네 명 중에서 가장 평범해 보입니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있고, 미인으로 겉보기에는 걱정이라고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세부키 스즈메 (배우: 미츠시마 히카리)

 

첼리스트.

어디에든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능력자입니다.

화장실에서도 거실 소파에서도 공원 벤치에서도 잘 잡니다.

그 노래방 복도에 왜 있었을까요?

거대한 첼로를 어깨에 메고.

 

이에모리 유타카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

 

 

비올리스트. 카루이자와의 미용실에서 근무하고 있더군요. 이후 몇 번 머리 손질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직업은 그냥 의미 없습니다.

명랑 쾌활 말많은 성격이지만, 이치 따지기 좋아하고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어른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모리도 왜 그곳 노래방 복도에 있었을까요?

 

벳푸 츠카사 (배우: 마츠다 류헤이)

 

2 바이올리니스트.

후쿠로 도너츠의 사원으로 네 사람 중에 유일하게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

노래방 복도에서 네 사람과 마주쳤을 때 다른 세 사람에게 콰르텟을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가루이자와의 별장 (동생하고 공동 소유인)을 네 사람의 공동 숙소로 내놓습니다.

벳푸의 비밀이 가장 단순합니다.

마키 마키를 옛날부터 좋아했는데 우연히 노래방 복도에서 만나게 됐고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콰르텟을 제안하게 됩니다. 가루이자와에서 함께 살자고 하고, 네 남녀가 동거하게 되는 것이 그래서입니다..

 

이렇게 네 사람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이 여러 명 나옵니다.

 

줄거리

 

네 사람이 노래방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우연을 가장했던 것이죠.

벳푸는 유명한 음악가 가족의 일원으로 이름만 대면 아는 집안의 자식입니다.

그는 세 사람에게 음악가로 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고, 콰르텟 도너츠 홀을 만들게 됩니다. --- 솔직히 연주를 너무 못해요.

 

네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사회에서는 낙오자에 가깝고 음악가는 되고 싶은데 재능은 없고, 그렇다고 막 노력해서 음악가가 되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사회의 낙오자들이죠. 그래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과, 음악을 즐기는 재능은 풍부합니다. 열망과 음악을 즐기는 재능만으로는 음악가가 될 수 없는데도 이들은 꿈을 꿉니다. -- 연습을 해도 연주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가장 먼저 비밀을 드러내는 것은 스즈메입니다.

스즈메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희대의 사기꾼이었습니다.

딸에게 안대를 씌우고 그 눈앞에서 물건을 맞추게 하는 사기꾼이었죠.

스즈메는 성장하면서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홀로서기를 하지만 사람들은 스즈메의 아버지와 그녀의 비밀을 알아내 버리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즈메는 삶에서 도망쳤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동경하지도 않고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스즈메의 연주는 더 형편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콰르텟에 들어왔을까요?

스즈메의 비밀이 한 겹씩 드러나면서 다른 사람의 비밀도 함께 드러나게 됩니다.

 

마키 마키는 결혼한 상태입니다.

남편은 광고회사에 다닌다고 하고,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고 다닙니다.

그녀는 정말 아름답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서 남편과는 어울릴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이자카야에서 남편과 마주치는데, 쉽게 아는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정에서가 아닌 사회에서의 남편의 삶을 엿보고 싶었던 것일까요.

후배가 남편에게 묻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아내를 사랑하느냐고요.

마키의 남편은 대답합니다.

사랑한다고요.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는다고요.

 

사랑하는데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마키는 이자카야에서 도망치듯 나와버리고 맙니다. 

 

사랑하는데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떠오르는 분 있으신가요?

파블로 네루다의 시처럼 사랑은 격정적인 열정일까요?

아니면 잔잔한 호숫가의 잔물결 같은 것일까요?

결국은 우리도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 아닐까요?

 

네 사람이 모이게 된 것,

그래서 콰르텟을 결성하게 된 것,

모든 것은 마키 부부의 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들 부부가 고요하게 잘 살았더라면, 사랑하는데 좋아하지는 않는다와 같은

쓸쓸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네 사람이 만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성장을 원하지 않는 이에모리의 비밀과

벳푸의 진심어린 첫사랑까지 이들 네 사람의 이야기는 때로는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웃게도 만듭니다.

 

보는 사람을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드라마,

오랜만에 보는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꼭 보시고, 한 번 더 보셔도 좋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띄어나고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이 뛰어나고

대사가 굉장히 좋습니다. 

놓치지 말고 꼭 보시기를 권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