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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귀 : 이건 호러 서스펜스 드라마는 아닙니다(스포 약간).

by 작은도시락통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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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 보는, 보지 못하는 장르가 호러, 서스펜스입니다.

누가 옆에 있어 주어야만 겨우 열고, 옆에 있던 사람이 없으면 바로 닫아버리고는 합니다. 그러니 극장에 가서 호러 영화 보는 건 꿈도 꾸지 못하는 일입니다. 마구 비명을 질러대는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죠.

 

악귀는 처음에는 친구랑 함께 봤는데, 이 매정한 친구는 재미없다고 1화 끝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그림자 귀신이 머리 나풀거릴 때는 조금 무섭고, 거울에 귀신이 비칠 때 조금 무섭더니 금세 적응이 됐는지 귀신이 나오거나 말거나 그냥 보고 있길래 8화까지 다 보고 말았습니다.

 

저어기에 귀신이 보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작품은 평가하기가 애매하더군요.

어떤 작품은 괜찮았고, 어떤 작품은 수준 미달의 작품도 있고. 일류 감독과 일류 배우도 살려내지 못하는 작품을 써내기도 하니까요.

김은희 작가의 대표작인 시그널은 끝까지는 봤습니다. 오래전에 봤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에는 장르 드라마가 나오면 대박을 칠 정도로 장르물에 목말라 있던 시기였을 겁니다. 어떤 장르물이든 평타만 치면 대박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시기. 시그널에서 몇 군데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애매한 부분은 적당히 넘어간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에는 비운의 지리산을 보았는데요. 저는 1화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1화 이상을 넘긴 분들에게는 존경을 보냅니다.

 

가장 최근에 본 작품으로는 바로 어제, 리바운드를 봤습니다. 장항준 감독과 콤비로 만든 작품이던데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흥행 여부를 떠나서 비슷한 시기에 슬램덩크가 개봉되었으니, 이것이 오히려 호재였을 텐데도 흥행에 실패한 것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나, 영화가 재미와 감동만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sbs 공홈에 올라온 시놉시스가 완전히 깼습니다.

 

청춘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사는 청춘들은 대다수가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싶은 조바심.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나약한 마음을 유혹하는 나쁜 어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름답다.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산영을 통해

여전히 청춘은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sbs 공홈)

 

좋은 단어, 좋은 문장을 가져다 붙여 아무렇게나 막 쓰는 것이 시놉시스는 아니니까요. 악귀하고는 거리가 무척이나 먼 시놉시스 첫 단락은 좀 뜨악했습니다. 이 시놉시스대로라면 드라마는 산으로 가고 말 테니까요.

 

서두가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악귀]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태리가 출연했습니다. 사실 김태리가 아니었다면 악귀는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정세도. 등장하는 인물에 약간의 부정교합이랄까, 이런 드라마에 이런 역할은 늘 있었으니까 끼워 넣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은 인물들입니다. 작가 스스로 고정관념을 깰 수 없었던 것은 김은희 작가의 [지리산]의 실패가 한몫했을 수 있으니 인물 이야기는 그만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등장인물

 

구산영 (김태리)

 

 

공시생으로 아버지가 죽었다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살아왔습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고, 이날에서야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가 물려준 댕기를 만지는 순간 악귀가 붙게 됩니다.

 

김태리는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연기에 빈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또래의 다른 배우들은 어떤 작품에서는 괜찮은데 어떤 작품에서는 저게 뭔가 싶거든요. 하지만 김태리는 그런 게 없습니다. 거의 고르게 인물에 천착해서 연기하기 때문에 가장 빛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염해상 (오정세)

 

오정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넘치게 잘 해낸다고 생각했는데 민속학과 교수 염해상 역도 잘 해냅니다. 다만 문제는, 악귀에서의 염해상은 캐릭터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일관성도 부족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것은 오정세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의 문제이겠죠.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데, 고등학교 시절 집에서 함께 살았던 김치원의 아들 김우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김우진은 고등학교 때 죽어서 현재는 귀신입니다.

 

서문춘 (김원해)

 

서울 경찰청 강력범죄 수사대 경감. 이홍새와는 팀을 이루고 있는데 두 사람이 잘 안 어울립니다. 서문춘이 왜 그렇게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지 그 배경이 보여지지 않아서 당위성이 떨어져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냥 그래야 하니까 과거 사건에 집착해 주세요, 이렇게 역할을 부여한 느낌이 듭니다.

김원해가 워낙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해서 꽤 필요한 역할로 자리매김은 했습니다.

 

이홍새 (홍경)

서울 경찰청 강력범죄 수사대 경위로 나옵니다. 구산영의 고등학교 선배로 누구보다도 사건을 잘 풀고 싶기는 한데 사건을 해결할 만한 역량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캐릭터가 확고하게 정립이 덜 된 느낌이 듭니다. 홍경은 약한 영웅에서도 봤는데 연기 잘하는 배우가 확실합니다.

 

 

구강모(진선규)

구산영의 아버지로 민속학과 교수였고, 지금까지는 죽은 사람이었는데 최근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산영은 엄마와 함께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의 집으로 가고, 그때서야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구 교수는 왜 죽었을지, 그가 은둔하면서 무슨 일을 했는지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나병희 (김해숙)

 

중현 캐피탈의 현재 대표이며 염해상의 할머니.

위기에 처한 중현 캐피탈을 살리기 위해 악귀를 만들 생각을 합니다.

장진리 마을 사람들 전부를 매수해, 심지어는 이목단의 가족까지 돈으로 매수하고 최만월에게 이목단을 악귀로 만들게 합니다.

 

 

김치원 (이규희)

 

 

중현 캐피탈의 현재 부사장입니다.

30년 전 아들인 김우진과 함께 나병희의 집으로 살러 들어오는데 그때는 운전기사였습니다. 지금은 중현 캐피탈의 부사장이고요. 아들인 김우진이 자살한 사건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릅니다.

지금도 나병희의 하수인으로 그녀의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유튜버들은 분명 김치원이 뭔가의 키를 쥐고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악귀를 받아들여 중현 캐피탈을 손에 넣고 싶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종 빌런이 되기에는 캐릭터가 조금 약해 보입니다.

 

김우진 (김신비)

김치원의 아들로 고등학교 때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아귀가 씌워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었고 이걸 참지 못하고 차에 뛰어들어 버리는데요. 악귀는 사람이었을 때의 이름을 알아내고 그, 혹은 그녀의 다섯 가지 물건에 금줄을 씌워 다섯 곳에 묻으면 악귀를 쫓아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귀는 주술로는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저승으로 떠나지 않고 외로운 해상의 친구를 해주면서 지내고 있다가 어둑시니가 해상을 지배하려고 하자 어둑시니에게 대신 이끌려 이승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스토리

 

드라마의 시작은 구강모 (산영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빗속에서 집으로 돌아온 구 교수는 노트를 뒤져 자료를 찾아보면서 중얼거립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라고요. 곧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함께 사는 어머니가 간절한 목소리로 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 그게 쫓아오는데 무섭다고요. 문을 연 구강모의 앞에는 구강모가 서 있습니다.

 

 

산영은 엄마와 어렵게 사는데 전세 보증금을 올려줄 돈을 보이스 피싱범에게 송금해 돈을 날려버립니다. 보이스피싱 범인은 경찰에 바로 잡히는데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이날 엄마는 갑자기 산영에게 네 아버지는 지금까지는 살아 있었는데 지금은 죽어서 그 사람 장례식에 가야한다고 합니다. 산영과 엄마는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고, 할머니는 손녀인 산영에게 아버지 유품이라면서 배씨댕기를 건네줍니다. 이것을 손에 만지는 순간, 어떤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잡았네라고요. 그 순간 악귀가 산영의 몸에 들러붙게 됩니다.

장례식인 줄 모르고 구강모 교수를 만나러 온 염해상은 집 대문 앞에서 산영과 마주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악귀가 붙었음을 알게 됩니다.

어린 딸에게 귀신은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구강모

 

과거 염해상 교수의 어머니는 염해상에게 붙은 악귀를 떼어내려고 합니다. 아마 구강모 교수도 악귀를 떼어내려고 했던 듯한데 뭔가를 잘못해서 악귀를 떼어내지는 못하고 악귀에게 죽음을 당해 버립니다.

 

1958년 모두가 배곯아 가난했던 시절, 장진리라는 곳에는 최만월이라는 무당이 있었습니다. 설령 악귀를 만들어 내는 주술을 안다고 해도 아이를 굶겨 죽여야만 만들 수 있는데 보통 사람은 이런 짓을 선택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만월이라는 무당은 돈에 팔려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맙니다.

 

더 끔찍한 것은 최만월뿐만 아니라 장진리에 사는 마을 사람 전부와 아이의 가족들까지도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아 버린 겁니다. 아이를 악귀로 만들어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넘어가서요. 아이는 굶어서 죽고, 악귀가 됩니다. 놀랍게도 이것을 지시한 사람은 염해상 교수의 할머니였습니다. 망해가는 중현 캐피탈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악귀가 필요했기에, 최만월과 장진리 사람들에게 거액을 주어 아이를 꾀어내 죽였던 것이죠.

 

1958년의 일이니까 거의 70년이 흐른 지금, 악귀는 누구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혹시 이 악귀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요?

 

8화까지 방송되었고, 12화로 마지막이라니까 4화가 남아 있습니다.

악귀는 정말 이목단이 맞는지 (이목단은 아닐 것이라는 게 거의 정설입니다만)

산영에게 씌운 악귀를 몰아낼 방법은 있는지 4화 동안 펼쳐지게 되겠죠.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 원래 그렇지만, 짜임새가 쫀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범인 찾기처럼 악귀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가 있습니다.

또 우리의 민속 무속 신앙에 대해 새롭게 알려주는 것이 많아서 이 또한 재미가 있습니다.

 

남은 4화가 기대됩니다.

납량특집이라 무서울 것 같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그걸 문제 삼는 분들이 계시는 듯 해요.

하지만 저는 이게 가장 좋습니다.

귀신 나오는 드라마라고 꼭 무서워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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