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걸 — 결국은 모성으로 귀결? (스포 있음)

마스크 걸 — 결국은 모성으로 귀결? (스포 있음)

 

 

넷플릭스에 최근 개봉한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는 마스크 걸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웹툰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실패하지는 않지만, 아주 좋았다고 평가하기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잘 짜인 작품으로 이 정도밖에 못 하나 싶기도 하고, 평타는 했군, 할 때도 있죠. 그러나 마스크 걸은 인기 있었던 작품을 훌륭하게 재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긴 호흡의 웹툰을 7부작으로 줄여 드라마 할 때는 삭제하지 않을 수 없는 감정선이 있고,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부분은 있습니다만, 상당히 잘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마스크 걸]은 보는 내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문법으로는 혐오스러운으로 적어야 하지만, 우리나라 개봉 원작이 혐오스런이었습니다.]을 생각나게 합니다. 스토리가 비슷한 것도, 연출이 비슷한 것도 아닙니다. 색채감이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것 때문인지, 남자에 의해 파괴된 여자의 일생이 주 스토리라는 것 때문인지, 두 작품의 기시감은 상당합니다.

 

[마스크 걸]의 색채는 어두우면서도 음산합니다. 화려한 꽃무늬의 낡은 벽지가 드라마 내내 보이는 것이 마스크 걸 김미모의 인생을 비유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화려함을 추구했지만 낡아버린 김미모의 삶이 바로 그 벽지처럼 보이는 것이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화 내내 극도로 화려한 색의 조합을 써서 마츠코의 삶을 더 비참하게 대조해 보여줍니다.

 

혹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지 않으셨다면 찾아서 보실 것을 권합니다. 우리나라 일반 관객의 평점 4.9/5점을 받은 영화로 일본 영화 르네상스 시절 최고의 작품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지금은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마스크 걸]의 각본과 감독은 김용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로테르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고,

이 작품이 차기작인 듯합니다.

 

등장인물

 

김모미에는

이한별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이한별

 

 

나나

 

고현정

 

이렇게 3인이  김미모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특히 성형 전 마스크 걸을 연기한 이한별은 1000: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신예로 웹툰 주인공과 싱크로율 100%입니다. 신인임에도 차분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개성이 강한 얼굴이지만 매력이 엿보여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나나의 연기는 물이 올랐고, 고현정은 과거의 미모가 엿보일 정도로 날씬해졌더군요. 2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미모로 돌아와서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늘 강한 연기를 보여주려는 것 때문인지 고현정의 연기는 불안하고 약간은 어색해 보이는데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인지 염혜란과의 대결 구도가 팽팽하지를 않습니다.

 

주오남

 

(안재홍) 못생긴 노총각에 존재감이라고는 없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으로 BJ 마스크 걸과 짝사랑에 빠집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스크 걸이 회사 동료인 김모미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변질된 짝사랑은 결국 모미를 범죄자로 빠뜨리게 됩니다.

 

주오남이 모미의 딸 미모의 아버지일까요?

그의 어머니 김경자가 미모를 괴롭힐 때마다 불안감이 고조하는 것은 미모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김경자 (:주오남 어머니 염혜란)

 

바람피우지는 않을 것 같아서 결혼한 남편이 결혼하자마자 바람을 피워서, 아들이 세 살일 때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만 바라보고 살아온 여자.

 

 

 

줄거리

 

 

김모미는 27살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해운회사 영업직원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밤은 꽤나 화려합니다. 인터넷 방송의 유명한 BJ 중의 하나로 가장 잘 나가는 마스크 걸이니까요. 얼굴은 그저 그렇지만 키와 몸매는 끝내주게 좋은데다 어려서부터 춤추기를 좋아해서 춤도 잘 춥니다. 게다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는 것이 더 남자들을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얼굴에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인데, 이 성형 왕국에서 왜 아직도 성형 수술을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입니다.

 

주오남은 숫기가 없고 자기 비하에 빠진 사람으로 타인, 특히 여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손이나 다른 곳에 집착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마스크 걸이 손에 바른 매니큐어와 회사 동료인 김모미의 매니큐어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 버립니다. 마스크 걸과 김모미가 동일인물인 것을 알게 된 그의 짝사랑은 도를 넘게 되는데, 이에 비례해, 김모미가 회사 부장을 짝사랑하는 것도 도를 넘어갑니다. 회사 부장은 유부남인데 회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기도 하는 나쁜 놈입니다. 어느 날 회사 부장이 예쁜 여직원과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김모미는 술에 취한 채 마스크 걸이 되어 전나로 춤을 추어버립니다. 이런데도 마스크는 벗지 않을 정도로 자기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터넷 방송에서 계정이 삭제돼 버립니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는 생각에 좌절한 김모미는 자기 팬 중 한 사람인 핸섬한 스님을 만나 술을 마시는데, 핸섬한 스님은 어떻게든 김모미와 자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핸섬한 스님을 기절하게 만드는데, 김모미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오남에게 연락하는데, 주오남은 핸섬한 스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죽여버립니다. 그래야만 김모미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모미를 찾아온 주오남은 과거를 다 잊고 새로 출발하자고 하지만, 김모미는 주오남을 포함해서 모든 과거를 잊겠다고 합니다. 마스크 뒤 그녀는 얼굴에 칭칭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성형 수술을 했고, 진짜 과거를 잊을 생각이었습니다. 사람까지 죽인 주오남은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김모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그녀를 겁탈하려 들고, 이 과정에서 김모미는 주오남을 죽이게 됩니다.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는 아들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되고, 거기에 마스크 걸이 관계가 있음도 알게 됩니다. 실종 상태이던 아들이 시신으로 돌아오고, 경찰을 대신해 수사를 시작하는 김경자는 모미의 뒤를 쫓습니다. 모미는 아기를 낳고 의절했던 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기고 경찰에 자수해 버리고 맙니다. 김경자는 모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모미의 딸 미모의 뒤를 따라다니며 어린아이를 파멸로 이끌어갑니다. 그녀의 복수심은 거의 병적입니다. 내가 아들을 잃어서 이렇게 아프고 슬프니, 내 아들을 죽인 너도 네 딸을 잃고 이렇게 고통스러워 봐라는 것이 김경자가 가진 모성입니다.

 

감옥에 있던 모미는 김경자가 자기 딸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을 알고 감옥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김경자가 아이를 가둔 곳에 어렵사리 도착하고, 그곳에는 몇십 년째 의절한 자기 어머니도 와 있습니다. 모미의 어머니는 김경자의 총에 맞아 죽고, 모미는 미모를 쏘는 총알을 대신 몸으로 막아 딸을 살리고 죽습니다.

 

20대의 미모를 되찾은 고현정

 

 

결국 모성만이 남는 드라마이기는 했지만,

회차별로 각기 다른 주인공을 등장시키면서, 스토리를 다 이어가게 한 점이 절묘했습니다. 지나치게 어두운 이야기라서 만약 한 주인공이 길게 스토리를 끌어갔더라면 일일드라마 복수극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회차를 이끌면서 주인공을 보여주는 모습이 절묘했고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재미있습니다!

[마스크 걸]도,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