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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크리처 --- 지나치게 평면적인 구조

by 작은도시락통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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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크리처가 개봉되고 언론사들은 매일 안 좋은 평을 쏟아내고 있더군요.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K 콘텐츠 신뢰 잃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곳도 있던데요.

이런 거 한 편 때문에 K 콘텐츠가 신뢰를 잃고 말고 할까요.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하찮은 드라마 한 편 따위로요.

 

 

그나저나 재미는 없습니다.

아주 많이 재미 없어요.

저는 화려한 미술 보느라 그럭저럭 보기는 했습니다만, 15일 나머지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보려고도 하지 않을 것 같고요.

 

경성 크리처가 재미없는 이유는 괴물이 안 나와서가 아닙니다.

괴물을 못 만들어서도 아닙니다.

 

 

스토리가 너무 빈약해요.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당위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리얼리티는 1도 없어요. 모든 크리처물에는 리얼리티가 없다고요?

리얼리티는 크리처물 다른 드라마에도 없다고 주장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만드세요.

폭망의 지름길일 겁니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현실을 추구한다가 아닙니다.

허구를 얼마나 현실처럼 만들어 드라마 속에 투영시키는가입니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드라마, 혹은 영화가 성공하는 바로미터입니다. 

경성크리처는 그것에 실패했습니다. 

 

 

아니, 조선을 지배하는 일본 경무국의 경무국장이 자기 여자 하나 못 찾아서

전당포 사장을 납치해 구금해 놓고 내 여자 찾으라고 생떼를 씁니까?

못 찾으면 네가 가진 것을 전부 빼앗겠다고 협박하고요?

경무국 국장이 옹성 병원의 실체를 모른다고요?

옹성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때까지 수많은 조선인이 사라졌을 테고,

아무리 일본인을 위하는 경무국이라고 하지만

조선인이 그렇게 많이 실종됐다면

최소한 옹성 병원이 어떤 곳인지 경무국장이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경무국장쯤 되는 사람이 자기 여자를 못 찾아서

일개 젼당포 대표를 가둬놓고 협박해서

내 여자 찾아내라고 주장하는 그 시작점부터 리얼리티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박서준이 이 드라마에 존재해야할 당위성이 절반으로,

아니 그 절반의 절반으로 떨어져버렸다는 말입니다. 

이 시점에서부터 스토리는 힘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물론 아주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래성 블록이고

그런 것들을 모아 쌓은 드라마는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스토리가 너무 빈약합니다.

빈약한 것도 문제인데 구조는 또 지나치게 평면적입니다.

그러니 복선은 있을 리가 없고, 갈등은 더더욱 없습니다.

경성 크리처에 있는 것은 일제시대의 낭만뿐입니다.

솔직히 일제강점기에 낭만이 어디 있었습니까?

 

아주 예쁜 거리, 예쁜 기모노를 입은 마에다 유키코,

목이 긴 마에다 유키코는 우아하고 조용하며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잔인합니다.

질투심 강한 기모노 입은 일본 여자,

일본 추리물에 나와도 너무 자주 나오는 인물을 가져온 것은 참으로 고식적입니다.

 

 

인물들 대다수가 그렇습니다.

딱히 누구를 더 꼬집어 말할 것도 없이 어디선가 보았던 인물이에요.

고식적이지 않은 척하려고  토두꾼, 전당포 사장 등등의 감투를 주었지만

새로운 인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하나 없습니다.

 

 

제작진들 참 안이하고 평화롭습니다.

남의 돈 700억을 가져다가 이런 제품을 만들어 내놓는 것은 일종의 기만입니다.

 

괴물이 윤채옥의 엄마였다?

이걸 복선이라고 내놓습니까?

괴물이 가지 손을 쫙 펴서 윤채옥을 보호하는, 그래서 괴물에게도 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 눈물 안 나냐고요?

, 안 나더군요.

제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서가 아니라요,

윤채옥의 엄마가 괴물일 것도 처음부터 모르는 관객은 없었을 테고,

마구잡이로 사람을 먹어대다가 딸과 만나면 알아보겠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관객이 있었겠습니까?

어떻게 그런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스토리를 그렇게 짜시는지.

요즘 관객들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윤채옥의 엄마가 10년째 행방불명이고,

중국에서 건너온 윤채옥은 사치모토라는 일본인이 그린 그림의 인물 최성심을 찾는다,

최성심은 옹성 병원 감옥에 갖혀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점에서

관객들은 이미 경성 크리처가 앞으로 말하려는 전개를 남김없이 알아 버리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700억짜리 대작이라면서 설레발을 쳤던 경성 크리처는 이렇게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사실 강은경 작가는 노련함은 있어도 새로움은 없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노련함은 드라마 판에서는 최고의 무기 아닙니까?

무기를 갈고 갈아서 세계로 나갈만한 제대로 된 드라마 한 편을 써볼 것이지.

 

정동윤 감독은 스토브리그를 연출하셨네요.

스토브리그는 정말 재밌게 잘 봤는데요;;

 

.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그 사람들은 다양하니

변방에 저 같은 사람 한 사람쯤 있어도 괜찮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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