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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 문의 건너편에는, 모든 시간이 있었다.

by 작은도시락통 2023.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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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을 본 것은 벌써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왜 리뷰를 쓰지 않았느냐면, 사실 저한테는 그저 그랬기 때문입니다.

500만 명 넘게 감상하고 호평 일색의 영화에 딴지를 걸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왜 내 생각만 다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생각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왜 남들 생각하고 다른 것인지 알아낸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 생각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또다시 확인했을 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좋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니었을 수도 있죠.

 

제가 별로였다고 생각했던 것은 스토리에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 대다수에 알갱이가 없죠.

언어의 정원은 감각만 날아다녀요.

제자와 스승의 사랑이 느껴지셨나요?

저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것이 어찌나 섬세하고 아름다운지, 빗방울이 종아리에 흘러 구두에 톡 떨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세한 작화를 자랑하기는 합니다. 물론 애니를 평가하는 데 작화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죠. 그래서 비가 내리면 언어의 정원이 생각나고, 신쥬쿠교엔의 정자와 그 벤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워낙 아름다운 작화였고, 극도로 대사를 줄였기 때문에 빗방울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더 깊이 가슴에 스며들었죠. 하지만 아무리 애니라고 해도 감각만 날아다니는 것을 계속 연달아 보는 것은 불편하죠.

 

재난 3부작이라고 칭송받는 날씨의 아이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맑은 날씨를 만들어 내는 재능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가, 그런 내용이었죠. 작화는 물론 섬세했고 주인공은 예뻤던 것으로, 내용보다는 작화가 기억납니다.

 

[너의 이름은]의 다음 작품은 [너의 이름은]보다 뛰어났어야 하는데 작화만 좋은 평범한 이야기였더라, 그래서 서운했고, 신카이 마코토의 한계는 역시 이 정도였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다고나 할까요. [스즈메의 문단속]이 대중적으로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자기 작품에 대한 성찰은 쉽지 않겠죠.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 자리에 끌어오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대가가 왜 대가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RADWIMPSOST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주인공

 

이와토 스즈메

 

 

큐슈의 미야자키현 작은 마을에서 이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마의 뒤를 이어 간호사가 되려는 17세의 여고생.

풀과 바람이 무성한 초원을 혼자 헤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자주 꿉니다.

그녀는 11년 전 일본 대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기억이 있습니다.

 

무나카타 소타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

재난을 가져오는 문을 닫는 도지시(). 일본 각 지역에 나타나는 문을 찾으러 돌아다닙니다. 그가 폐허의 문을 닫지 못하면 지진이 나고 태풍과 해일로 몇백만의 사람이 죽게 됩니다.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데, 대체로 가벼워 보이더군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성찰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이런 것은 필요 없는 것일까요? 그래서 영화 전체가 기울게 느껴집니다.

 

 

다이진

 

고양이인데 사람 말을 할 줄 압니다.

스즈메가 폐허의 문 앞에서 우연히 주운 쐐기돌이 이 고양이었습니다.

소타를 의자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카메라에 찍혀 sns에 올라오는데 귀엽기는 합니다.

 

 

사다이진

 

또 다른 쐐기돌 고양이

다이진보다 몇 배는 커 보입니다.

 

 

 

일본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고 이곳을 쐐기돌이 막고 있다고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내려오는 전설에 새 이야기를 덧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구멍의 쐐기돌인 다이진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폐허의 문이 생기고

다른 곳을 막고 있던 쐐기돌 사다이진은 다이진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헐거워진 구멍으로 빠져나와 버렸던 모양입니다.

사다이진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이 안 나옵니다.

불친절하다는 한마디로 넘기기에는 너무 큰 구멍이 많아요.

사다이진은 다이진보다는 나이가 많고 생각이 있는 듯, 다이진을 데려가려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의자

 

소타가 스즈메의 낡은 의자로 변해버림.

 

그리고 여러 사람이 등장합니다.

 

줄거리

 

 

스즈메는 어린 시절의 꿈을 자주 꿉니다.

풀이 무성한 푸른 초원을 혼자서 돌아다니면서 엄마를 찾아 헤맵니다.

엄마는 찾을 수 없고, 어린 스즈메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면 예쁜 여자가 나타나 다가옵니다. 그 순간에 잠을 깹니다. 이 첫 장면은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즈메는 결혼하지 않은 이모와 함께 큐슈 미야자키 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엄마를 따라 간호사가 되려고 한창 공부 중인 17세의 꿈많은 소녀입니다. 등굣길에 소타를 만나고, 잘생긴 그에게 관심이 갑니다. 소타는 스즈메에게 혹시 근처에 폐허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스즈메는 폐허가 된 온천지를 알려 주는데요.

 

 

왠지 소타가 걱정이 된 스즈메는 학교에 가지 않고 소타를 찾아서 폐허 온천지로 뛰어갑니다. 온천지에는 소타가 보이지 않고, 물웅덩이 속에서 낡은 문을 발견합니다. 열린 문의 반대편에는 스즈메가 꿈에서 보았던 풀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스즈메는 풀밭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문은 그녀를 튕겨내기만 합니다. 그리고는 물웅덩이 안에 있는 고양이 석상을 집어듭니다. 석상은 순식간에 살아 있는 고양이로 변하고, 스즈메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치고 맙니다.

 

이상한 일을 겪지만 소타는 보이지 않고, 그래서 다시 학교로 갑니다.

점심시간, 스즈메는 온천지 쪽에서 검붉은 연기가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붉은 연기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스즈메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온천지로 뛰어갑니다. 온천지는 검붉은 연기에 사로잡혀 버렸고, 연기에 그은 소타는 문을 닫으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였기에 스즈메는 그를 도우려하고, 소타는 긴 주문을 외웁니다. 문에 자물쇠가 보이는 순간 소타는 목에 걸고 있던 열쇠로 그 문을 닫습니다. 문이 사라지자 마을을 뒤덮었던 검붉은 연기도 사라지고 더이상 땅이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여기에서 소타가 외우는 주문은 일본 신사에서 외우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히미즈는 두더쥐 같은 포유류를 칭하는 말로, 신에게 청할 때 비슷한 주문을 외우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만, 입에 담기도 경외로운 히미즈신이시여, 어쩌고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만들어 낸 주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일본을 지켜주는 신으로 두 개의 구멍에 박혀

미미즈(지렁이지만, 여기에서는 화염 불꽃을 내뿜으면서 지진으로 일본을 파괴하는 악의 존재)와의 싸움을 해왔을 것입니다. 사다이진보다 상대적으로 어린 다이진은 미미즈와의 싸움에 지쳤을 것 같습니다. 미미즈가 지진과 태풍과 해일을 일으켜 사람을 죽이건 말건 자유롭게 놀고 싶어졌겠죠. 그래서 다이진은 도지시()인 소타를 싫어합니다. 스즈메가 소타를 좋아하니까 싫어하는 것이기도 할 테고요. -- 이것은 일본의 전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본의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들이고요.

 

 

겨우 문을 닫고 소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온천에서 사라졌던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야윈 고양이(진짜 말랐어요.)를 보고 스즈메는 먹을 것을 내줍니다. 멸치 몇 마리를 먹더니 기운이 난 다이진은 소타를 의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다리 한쪽이 없는 의자는 스즈메의 엄마가 스즈메에게 만들어준 생일 선물인데요. 왜 의자로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터뷰가 여기저기 나와 있더군요.

 

다이진이 소타를 의자로 만들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소타와 스즈메는 다이진을 찾아 전국을 헤매게 됩니다. 다이진이 있어야 소타가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소타는 자기 혼자 찾아보겠다고 하지만, 의자가 된, 그것도 한쪽 다리도 없는 소타를 내버려둘 수는 없었겠죠. 소타와 스즈메는 다이진이 뜬 sns를 확인하면서 전국을 여행하기 시작합니다.

 

이 뒤로는 소타와 스즈메의 로드무비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받으면서 폐허에서 열린 문을 닫아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기도 하면서 다이진에게 접근해 갈 때 소타는 쐐기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가 쐐기돌이 되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게 되는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소타 의자는 쐐기돌로 변해버리고, 스즈메는 어쩔 수 없이 구멍에 소타 의자를 넣어버립니다.

 

 

 

하지만 스즈메는 소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이진을 그 자리에 되돌려놓으면 소타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모가 소타의 유일한 친구 세리자와와 함께 나타나고,

다이진과 사다이진과 함께 소타를 구멍에 넣어버린 곳으로 떠납니다.

 

소타가 박혀 있는 그곳은 거의 지옥과 같았습니다.

사다이진은 가장 큰 화염의 불꽃과 싸우러 사라지고,

스즈메는 소타를 꺼내려고 노력합니다.

간신히 소타를 꺼내고 그곳에 다이진을 쐐기돌로 박고,

커다란 화염과 싸우던 사다이진은 다른 구멍에 쐐기돌로 박힙니다.

 

마침내 일본에는 지진과 태풍과 해일이 없는 평화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신카이 마토코 감독이 불친절했다는 평이 많이 보이던데, 불친절했던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안배를 잘못했고, 에피소드가 너무나 평이했습니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평범해서 하품이 나왔고요.

 

3월엔가 봤던 영화라서 기억을 헤집어 썼습니다.

일부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댓글로 남겨주시면 참고하고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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