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는 결과적으로는 실패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 3가 나올 거라고는 하지만 시즌 2의 연장선상일 테니까요,
뭐가 더 있으려나 싶어요.
스위트홈 시즌 1에서는 그린빌아파트라는 무대가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차현수가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고 이사 가게 되는 곳이죠.
한눈에도 아파트는 거의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서민 아파트입니다.
그곳에서 차현수는 스스로 괴물화를 겪게 되고, 아파트 주민들이 괴물화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괴물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은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사투 끝에 그린빌 아파트의 소수 주민만이 살아남게 되는데요,
이들의 삶을 지켜준 것은 그린빌 아파트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이었습니다.
자신은 죽을 줄 알면서도 여러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거침없이
괴물의 발치에 자신을 내던져 주었기 때문에 얻은 생명이었죠.
자기희생을 통해 타인을 위한다는 교훈을 줄줄이 나열하지 않고도
인간의 존엄함을,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스위트홈 시즌 1은 여러 의미로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스토리의 짜임새도 있었고, 인물들의 개성이 잘 드러났고,
심지어는 괴물에게도 캐릭터가 있었어요.
김갑수와 고윤정과 이진욱을 비롯해 김남희와 이상철까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주는 인물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단백질 괴물도 있었고, 얼굴의 반이 김남희의 칼에 사라져 버린 괴물도 있었죠.
그러나 시즌 2는 아주 가벼운 놀랄 만큼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정말 이응복 감독의 작품이 맞아? 한 번 더 제작진의 이름을 살펴볼 정도였습니다.
스위트홈 시즌 2의 무대는 밤섬입니다.
그린빌 아파트에서 생존한 주민들을 데리고 군인들은 밤섬을 향해 출발합니다.
밤섬에는 군인들이 만들어 놓은 안전지대가 있다고 합니다.
서울이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속에서 주민들은 안전지대를 향해 출발하는데, 정말 그곳은 안전지대일까요.
이 와중에 차현수를 옮기던 차가 편상욱에 의해 탈취당합니다.
편상욱 (이진욱)은 생전의 이진욱이 아니라 정의명의 숙주입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진짜 이상해 보입니다.
그만큼 스위트홈 시즌 1에서 이진욱의 캐릭터가 강해 보였던 탓에
두 캐릭터 사이의 괴리감은 보는 내내 좀 어지럽습니다.
스위트홈 시즌 2에서의 결정적인 실패 요인은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첫째는 무대입니다. 스위트홈 시즌 1에서 그린빌 아파트가 캐릭터 하나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시즌 2에서 밤섬의 안전지대 또한 시즌 1과의 통일성으로 자기 역할을 부여했어야 합니다.
밤섬이야, 이곳이 안전지대라니까! 주장하기야 쉽습니다.
그러나 시청자인 저는 제작진의 주장이 아니라 밤섬의 안전지대라는 무대를 보고 싶었습니다.
캐릭터들이 다 사라져 버리고 인물들만 나열되어 있음이야 더 말해 무얼 하겠습니다.
차현수조차도, 이경조차도 뭘 하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어요.
주인공들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스토리는 진전이 안 됩니다.
시즌 2를 다 보고 나서도 뭘 본 거야 싶은 것은,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에피소드를 직렬로 나열해 놓기만 했기 때문일 겁니다.
갑작스러운 쿠데타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뜬금없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쿠데타를 한 목적이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지도부가 인간들을 말살함으로 신인류로 세계를 꾸릴 계획을 세웠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백신을 훔치려는 행위 때문에 쿠데타를 했다?
이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어쨌든 당위성은 없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입니다.
밤섬으로 이동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괴물화가 시작되어 서울이 초토화되고는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요?
이경의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흘렀나요?
현수는 어떻게 이경의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나요?
제작진은 그걸 모르다니, 하나하나 일일이 손에 쥐어주어야 해?
바보냐?고 생각했을까요?
네, 제작진 의견이 그렇다면 저는 바보입니다.
저는 모르겠더군요.
중구난방, 그저 들입다 전쟁 씬을 퍼부을 뿐인 드라마를 끝까지
본 것은 스위트홈 시즌 1에 열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즌 3을 기다렸다가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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