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더 시리즈 --- 가이 리치의 가이 리치 다운 가이리치의 영화
윤여정 배우가 영국 아카데미에서 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수상소감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고상한(Snobbish) 체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라서 특별히 기쁘다.”
저도 이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소리 내서 웃고 말았습니다.
영국인들을 조금 아는, 많이 아는 사람들은 다르게 평가할지도 모릅니다만, 조금 아는 저는 어쩌면 저렇게도 적확하게 영국인을 표현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죠.
예전 파리에서 잠시 어학원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방학 때라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연수를 온 친구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영국인이 한 명 있었는데, 딱 저랬거든요. ............... 이 친구는 조금 얄미웠어요.
젠틀맨 더 시리즈를 보면 스노비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그래도 밉지 않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긴 펠트 모자를 쓰고 검은 우산을 든 영국 신사 모습이 떠오르면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가이 리치는 고상한 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을 그대로 묘사했을 뿐입니다. 웃기지만 고상하고, 고상하지만 웃기는 영국인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영국인은 가이 리치뿐일 겁니다.
저는 사실 아무 정보도 없이 더 젠틀맨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새로 띄우는 영화나 드라마 정보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OTT 홍수에다 새로 제작되는 영화와 드라마는 정보 처리량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제 눈에 걸리면 보는 거고, 아니면 아쉽지만 지나치게 되고 그렇게 됩니다. 새로 뜬 거니까 열어놓고 소리는 최대한으로 줄여놓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첫 장면에서 앗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가이 리치였거든요.
그래서 정보를 찾아보았고, 가이 리치 영화임을 확인한 순간부터 다시 정색하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네!! 저는 고상한 체하는 가이 리치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가이 리치의 영화는 드라마도 그렇고 중간에서 멈추게 되지를 않습니다. 끝이 나면 아쉬워서 처음부터 한 번 더 보게 되죠.
아주 예전 영화인데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건 첫 시작부터 관객을 휘몰아칩니다. 너무 옛날에 본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은데, 점입가경의 사건으로 인해 돈을 만들어야 했던 동네 갱스터의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가이 리치의 데뷔작으로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기는 하지만, 가이 리치의 작품은 이런 것이라는 확실한 개성을 남긴 영화입니다.
가이 리치의 이후 작품은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대중들에게도 호불호가 갈렸는데, 2003년 골드베리 최악의 감독상을 받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마돈나를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였죠. 최악의 감독상을 받을만한 영화였어요.
젠틀맨은 미국 드라마 오자크를 연상케 하더군요. 오자크는 마약 카르텔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깊숙이 빠져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요. 이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시즌 4까지 이어지면서 비슷한 에피소드가 이어져서 조금 지루해지고 맙니다. 미국 드라마는 시즌이 길어지면서 완전히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나중에는 안 보거나 (주로 저) 욕하면서 보게 만드는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젠틀맨 더시리즈로 돌아와서요.
젠틀맨 더 시리즈는 2020년 가이 리치의 영화 젠틀맨을 가이 리치 자신이 각색한 작품입니다(영화도 넷플릭스 상영 중). 더 시리즈는 1화와 2화는 가이 리치가 감독했고, 뒤는 세 명의 감독이 각각 2화씩을 연출했습니다. 가이 리치와 매튜 리드의 대본이기 때문에 회별 연출 차이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워낙 센 극본이 자리 잡고 있어서겠죠.
스토리와 출연진 (스포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에드워드 호니문(테오 제임스 분)은 군인입니다. 작전 중에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해서 다시는 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작위를 비롯해 막대한 재산이 형인 프레디에게 상속되었어야 하지만, 아버지는 작위도 재산도 둘째인 에드워드에게 전부 물려줘 버립니다.
프레디는 작위와 재산이 동생에게 넘어간 것 때문에 미치려고 합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프레디에게 빚이 800만 파운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레디는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많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도박 좋아하고 마약과 대마초는 달고 사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투자하면 하는 족족 다 망해 먹고 맙니다. 아버지가 왜 그런 유언을 했는지 모두 납득했을 뿐 아니라, 형인 프레디에게 재산이 넘어가지 않아서 안도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는 형을 살리려고 800만을 구해 보려고 합니다. 아버지 금고에는 200만이 있었고, 600만을 구하면 되는데, 이때 수지 글라스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나타나 죽은 아버지와 동업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 사업이란 것이 저택 부지 지하에 대마초 농장을 만들어 대마초를 길러 유럽에 파는 일이었죠. 이때 스탠리 존스턴의 비서라는 사람이 나타나 농장을 사겠다고 합니다. 수지 글라스는 프레디의 빚을 정리해 주겠다고 400만 파운드를 마련하라고 합니다. 에드워드는 농장을 팔 생각 대신에 400만 파운드를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죠. 딕슨은 무자비한 인간으로 약속한 날짜에 돈을 안 가져가면 프레디를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었습니다.
에드워드는 농장을 사겠다는 스탠리 존스턴, 그의 비서에게 농장을 팔지 않겠다고 하지만, 한 번 만나주는 조건으로 25만 파운드를 준다고 합니다. 한 번 만나면 준다는데 안 만날 이유는 또 뭡니까. 스탠리 존스턴을 만나 농장을 팔지 않겠다고 말하고, 그가 와인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드워드는 저택 지하 창고에 있는 값비싼 와인을 전부 다 300만 파운드에 팔아넘기게 됩니다.
저택도 안 팔고, 빚을 정리하고도 남을 500만 파운드를 마련하고, 이쯤 되면 에드워드 호니문은 능력자로 보이는데, 또 그리 능력자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 일은 전부 수지 글라스가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딕슨과의 약속의 날, 에드워드와 수지 글라스는 금고를 활짝 엽니다. 그런데 있어야 할 돈 500만 파운드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형인 프레디가 그걸 가지고 도박에 홀랑 다 걸어버린 겁니다. 진짜 프레디가 하는 짓을 보면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다가도, 작위랑 재산까지 다 동생한테 뺏길 만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안쓰럽고 그렇더군요.
도박이 시작되기 전 돈을 찾으러 갔는데 사기꾼 끈끈이 피트는 이미 돈은 걸어버렸으니 못 돌려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 피트는 돈 같은 건 걸지도 않았고 그저 사기꾼이었습니다. 수지는 피트를 죽도록 두들겨 패주고 돈을 돌려받습니다.
이 와중에 저택 지하에서 자라는 대마초를 관리하던 지미가 (절대 미워할 수 없습니다. 어찌나 순박한지) 대마초 150만 파운드 어치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수지는 끈끈이 피트에게 돈을 찾아줬으니까 이번에는 지미가 범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에드워드에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도움을 받았으면 갚는다, 이 구역의 룰에 따라서 에드워드는 중고차 밀수업자인 토니 블레어의 요청을 들어주게 됩니다. 토니 블레어의 요청은 중고차 거래상인 머시가 가지고 있는 연두색 람보르기니를 훔쳐내오라는 것입니다. 단순한 자동차 절도로 생각하고 수지와 에드워드는 프랭크와 함께 연두색 람보르기니를 훔칩니다. 그런데 훔쳐놓고 보니 람보르기니 트렁크에는 코카인이 잔뜩 실려 있습니다.
중고차 거래상인 줄 알았던 머시는 사실은 남미 카르텔에게 코카인을 공급받아 파는 마약상이었던 것이죠. 머시는 이 일로 토니 블레어를 난도질해서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수지의 아버지인 바비 글래스가 대마초 농장과 사업 전부를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자기는 손을 떼겠다는 것이죠. 바비가 에드워드와 수지에게 시킨 일은 대마초 사업을 탐내는 스탠리 존스턴, 중고차 거래상이면서 마약판매상인 머시를 비롯해 몇 사람(이 포스팅에는 쓰지 않는 사람 몇)을 포함해서 입찰하라고 합니다. 최대 입찰가를 써내는 사람에게 팔겠다면서요.
이 뒤는 직접 보시면서 확인하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재미있습니다.
시즌 2가 있을까요?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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